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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티스토리 첫 입성! :나의 연대기-2

by ✍︎〠✷ 2018. 7.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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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 가서 6개월은 정말 죽을 맛이었다. 일본어를 거의 모르다시피 한 상태에서 갔으니. 나는 일본어학과가 아닌데, 다른 친구들은 거의 일본어 학과였다. 심지어 영국에서 온 친구가 나보다 일본어를 더 잘했다!(한국어는 일본어와 어순, 문법이 거의 동일한데!) 물론 첫 수업은 정말 하나도 못 알아먹었다. 고등학생 시간표로 돌아가 죽기살기로 외우고, 반응했다. 언어에 반응하는 것이 눈치도 조금 필요한 것 같다. 아무튼, 6개월을 도움을 받아가며 열심히 공부해서 어느정도 의사소통은 가능해졌다. 그리고 방학이 되어, 한국에 돌아왔다.

 

그 때, 잠깐 소설 쓰던 선배를 오랜만에 만나게 되었는데 상상도 못할 만큼 그 규모가 거대해져 있었다. 웹소설 1위를 휩쓸고, 10억도 넘게 번 것이다. 고향에 집도 하나 사고, 집 앞에 사무실도 하나 장만하고. 진짜 입이 떡 벌어졌다. 나름 교환학생도 가고, 1등도 몇 번 하며 잡았던 자존감이 갑자기 흔들리기 시작했다. 내 모습이 초라해보이고, 도달할 수 없는 다른 세계인 듯 보였다. 궁금해서 선배의 소설을 읽어봤는데, 판타지 퓨전 쪽을 잘 몰라서 그런가 처음에는 흥미진진하다가 점점 질질 끄는 느낌이었다. 아무튼 선배의 조언으로 일단 한 번 써보라고 해서 써보기 시작했다. 근데 정말 힘들었다. 소설을 이어나가는 것과 소재를 찾는 것이 정말 마음대로 되지 않았다. 내가 쓰고 읽어봐도 너무 재미가 없었다. 선배는 하루에 word 파일로 20페이지씩 쓰던데 정말 대단해 보였다. 살이 20kg 정도 빠진 것 같았는데 그럴만 했다. 결국 나는 꿈으로만 남긴 채, 소설 쓰는 것을 중단했다.

 

그렇게 다시 일본으로 왔다. 오고 난 즉후 엄청난 슬럼프에 빠졌다. 사람과의 관계와 사무치는 외로움에 눈을 뜨면 괴로웠다. 살아갈 의욕을 잃고, 내가 사랑했던 감성과 생각, 열정들은 촛불이 휙 하고 꺼지듯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사람들을 만나도 메마른 상태로 휘적휘적 거렸다. 타지에 혼자 생활하면서(1인실이었다) 말이 안 통하는 것은 꽤 큰 것이었다. 진심이 통하지 않는 느낌과 벽과 얘기하는 기분. 아무리 내 마음을 전해도 벽에 튕겨져 나오는 메아리 같았다. 나만 공감하지 못하고, 어디에도 소속되지 못한 가짜로 만들어진 플라스틱 세상에 나 혼자 살아있는 기분이었다. 전혀 그렇지 않은 상황 속에서 참담한 심정을 느끼니 뭐든 싫었다. 내가 사랑한 것들을 미워했고, 내가 사랑한 것들을 미워하는 내가 싫었다. 인생의 휴식기라고 생각했던 나의 교환학생 1년이 사실상 마음의 지옥이었다. 힘들었고, 혼란했다. 이 때가 블로그를 닫은, 아주 마음을 돌려버린 시기였다. 사실 미약하지만 블로그는 내 영혼을 담은 작은 보물상자였다. 나를 투영하는 거울이었다. 나는 그 거울을 꺼내보며 웃어보기도 하고 울어보기도 하고 연습도 하며 위로도 했다. 근데 그냥 그것들을 일절 중단한 것이다. 마음의 상처가 컸다.

 

지옥같았던 한 철을 보내고 한국에 완전히 돌아왔을 때 나는 다시 현실로 돌아왔음을 느꼈다. 내가 있었던 곳은 붕 떠있는 무의식의 공간이었다. 나를 많이 돌아보며 미워했던 시간들이었다. 예전의 내가 그리웠다. 졸업을 위해 학교를 찾았고, 우연치않게 학교와 연결된 회사에 입사하게 되었다. 순식간에. 블로그는 쳐다도 못 볼 만큼 바쁜 나날들이었다. 그렇게 2018년의 반절이 없어졌다.

 

이제 어두웠던 지난 날을 반성하고 다시 블로그를 시작하려고 한다. 테마는 "나의 보물상자:리뷰함"

지금 새로 시작하는 이 공간이 부디 나를 지켜주고 성장시켜주는 안식처가 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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