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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껍질] 3호 '거품' & 4호 '키치' 후기

by ✍︎〠✷ 2022. 9.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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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택배샷

텀블벅, 와디즈 구경하다가

껍질이라는 매거진을 발견했다.

1호, 2호는 품절이라 3호와 4호를 구매했다.

생각보다 작다..!

여러 부록들과 함께 포장되어 왔다.

 

3호 <거품>

문화예술 겉핥기 매거진 <껍질>

<껍질>은 얇고 넓은 지식을 격식 없는 즐거움과 함께 전달하는 꾸러미 형태의 매거진이다.

문화콘텐츠를 통해 다양한 현상을 이루는 껍질과 알맹이를 탐구한다.

 

위태로움을 감싼 껍질, 거품

둥글고 투명한 거품은 톡 건드리기만 해도 사라진다.

그 자리에 남은 것은 허무함일까, 누군가 스스로 막을 찢고 떠난 물자국일까.

<껍질>은 위태로움의 속성을 들여다보는 한편 거품이 터진 자리에 남겨진 것을 이야기한다.

 

 

구성품

매거진 <껍질> 3호, 버블시가렛 엽서, 거품 포스터, 거품 스티커, KGB 비눗방울 수호대 세트

포스터는 양면으로 되어있다.

쓸 일은 없을 것 같다.

스티커는....

오려서 사용해야 한다.

귀찮아서 잘 안 쓸 것 같다.

담배 재떨이에 비눗방울을 놓은 것이 참으로 마음에 든다.

책상에 붙여놓았다.

KGB 비눗방울 수호대 세트!

제일 마음에 드는 부록

아티클 중간중간에 이 '뜬구름 이야기'가 나온다.

대통령은 신년 인사에서 환경적합심사 기준 5점을 넘기지 못한 사업체는 운영을 지속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말을 남겼다. 한 번도 3점을 넘긴 적 없었던 지미의 파티용품점은 올해 최저점을 기록하며 영업중지명령을 받았다. 삶이 통째로 공중분해 된 지미에게 남은 거라곤 채 팔지 못한 장난감 비눗방울 한 박스뿐이었다. 

당근!

꽤 오랫동안 잠잠했던 중고거래 알림이 울렸다. 지미는 비눗방울을 사겠다는 손님을 놓치지 않기 위해 모든 요구를 맞춰주며 예약을 잡았다. 왠지 남은 것을 다 팔아치우고 나면 새 인생을 시작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기대감이 들었다. 그러나 들뜬 망므도 잠시, 구매자는 약속 장소에 한 시간이 지나도록 나타나지 않았고 기다리다 지친 지미는 박스를 든 채 털썩 주저앉았다. 마지막까지 팔리지 못한 것이 꼭 제 신세처럼 처량했다. 동병상련의 마음으로 포장을 뜯어 비눗방울을 불었다. 너라도 훨훨 날아라. 방울은 둥실 떠오르더니 금방 터져 버렸다. 날아보지도 못하고 곤두박질치는 모양새가 제 인생 같아 화가 치밀었다. 지미는 얼굴이 시뻘게지도록 끊임없이 비눗방울을 만들었지만 전부 시원찮았다. 마구잡이로 불어댄 통에 비눗물은 금세 동이 났다. 어쩜 되는 일 하나 없을까. 끝이라는 심정으로 몇 방울 남지 않은 비눗물을 박박 모아 길고 큰 숨을 내쉬었다. 그런데 이게 웬걸. 비눗방울이 터지지 않고 숨을 불어넣는 대로 크기를 키우는 것이었다. 완성된 비눗방울의 지름은 지미의 키와 거의 비슷했고, 완벽한 구형을 이뤘다. 압도적인 크기만큼 남다른 아우라였다. 지미는 자신이 만든 의외의 걸작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함부로 '비눗방울'이라고 불러도 될지 의문이 들 정도였다.

입을 다물지 못하는 지미를 위에서 내려다 보기라도 하듯 공중에 뜬 비눗방울은 잠시 일렁거리다 이내 앞으로 조금씩 움직이기 시작했다. 바람이 불어서 밀려난걸까? 아니면 스스로 움직이는 것일까. 비눗방울은 목적지가 있기라도 한 듯 일정한 방향으로 나아갔다. 지미는 홀린 것처럼 그것을 따라 걸었다. 왠지 비눗방울이 도착하는 곳에 자신이 간절히 찾던 무엇인가가 기다리고 있을 거라는 예감이 들었다.

지미가 잘 따라오고 있는지 확인이라도 하는 양 비눗방울은 움직이다 멈추기를 반복했다. 정말이지 크고 대단한 비눗방울이었다.

뜬구름 이야기에 나오는 KGB 비눗방울 수호대가 뭔지 궁금하다면 <껍질> 3호를 구입해 읽어보자.

빅버블 굿버블!

거품은 아주 얇은 막으로 애써 위태로운 형태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톡 건드리면 터져버리는 모습이 아쉽고 가끔 허탈하기도 하죠. 그런데 거품 안에 담겨있던 것들은 어디로 갔을까요. 아마 거품을 떠나 더 커다란 세상으로 날아갔을지도 모릅니다. 거품이 터지고 남은 것은 허무함일까요, 아니면 누군가 스스로 막을 찢고 떠는 물자국일까요. <껍질>은 터진 거품이 남긴 자취를 되짚어가며 위태로움을 이야기하려 합니다.

 

거품이라는 주제를 가지고 이렇가 다양한 이야기가 나올 수 있나 싶다.

마치 마인드맵으로 랜덤 주제를 정한 것 같다.

그렇지만, 그 안의 내용은 결코 가볍지만은 않다.

제일 인상 깊었던 것은 10p '찬란한 거품의 시대'와 56p 'Love Death Bubble'

찬란한 거품의 시대 아티클 서두에는 이런 글이 적혀 있다.

우리는 흔히 실제 가치보다 과하게 상향 평가된 것을 '거품이 꼈다'고 일컫는다. 고가의 상품이나 부동산, 심지어는 개인의 평판에도 적용된다. 거품은 아무리 크고 아름답더라도 오래 버티지 못하고 터질 수밖에 없는 숙명을 지녔다. 그렇기에 '거품이 꼈다'는 명백히 부정적인 표현이며, 얼마나 고평가되어 있건 간에 결국은 추락하고 말 것이라는 냉혹한 전망이다.

일본의 버블 경제와 함께 마민지 감독의 자전 다큐멘터리 <버블 패밀리>에 대한 내용이 나온다.

버블 패밀리는 이전부터 보고싶어 찜해뒀던 작품인데, 이 글을 읽고 나니 더욱 보고싶어 졌다. 

마민지, <버블 패밀리>

마민지 감독은 어머니가 자신의 앞으로 사둔 땅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차라리 그 돈으로 학비를 내 주지'라며 화를 낸다. 그러나 막상 자신의 명의로 된 논밭을 찾아갔을 때는 기묘한 안정감과 욕망을 느낀다. 보장된 미래, 낙관적인 전망은 터지기 전의 거품처럼 반짝인다. 하지만 마민지 감독과 나를 비롯한 자식 세대는 더 이상 부동산이 우리를 구원할 수 없음을 안다. 버블은 붕괴되었고, 자리에 남은 것은 몰락한 개인과 퍽퍽한 삶의 민낯뿐이다. 우리는 여전히 현실을 살아가야 한다. 찬란했던 시대의 음악을 듣고 그림을 보면서, 달콤한 꿈을 꾸면서라도.

하지만 이 영화가 나온 2018년은 지금에 비하면 정말 싼 가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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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ve Death Bubble 아티클에서는

재밌게 본 영화 <무드 인디고>와 함께 '바니타스'에 대한 내용이 나온다.

독일의 한 수도원 예배당 천장, 앙상한 해골이 공기 방울을 불어 날리고 있다. 옆에 세워진 작은 삽으로 미루어볼 때 이승에서의 삶을 막 정리한 듯하다. 이 석고 작품의 제목은 <Death Blowing Bubble>이다. 해골은 필연적 죽음을, 공기 방울은 삶의 연약함을 상징한다.

...

죽음은 예술을 통해 오랫동안 이야기 되었다. 중세 유럽에서는 메멘토 모리(Memento Mori), '너의 죽음을 기억하라'는 메시지를 통해 종교적 교훈을 전달하는 기독교 회화가 주를 이뤘다. 17세기 네덜란드 사람들은 '바니타스'화풍의 정물화를 그리며 죽음을 삶에 대한 성찰의 계기로 바라보았다. '헛되고 헛되니 모든 것이 허무하다(Vanitas vanitatis et omnia vanitas)'는 뜻의 라틴어에서 유래된 바니타스는 탐욕스러운 세속의 삶은 그 끝이 정해져 있어 공허하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바니타스 정물화는 해골, 거품, 모래시계, 꽃, 썩은 과일, 촛불, 서책 등 반짝 빛나고 사라지는 순간을 상징하는 오브제를 주요 소재로 한다. 해골은 죽음을 기억할 것을, 시계는 유한한 시간과 필연적 소멸의 순간을 의미한다. 또 서책은 예술과 지적인 탐닉의 덧없음을, 꽃과 썩은 과일 그리고 거품과 촛불은 언제고 꺼질 수 있는 찰나의 삶을 뜻한다. 

귀여운 버블 관련 제품 투척!

 

Life is Bubble ... ✰ 비눗방울 귀걸이 : infp shop

비눗방울이 연상되는 투명한 귀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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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is Bubble ... ✰ 샴페인 비눗방울 키링 : infp shop

비눗방울을 불 수 있는 샴페인 모양의 키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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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호 <키치>

문화예술 겉핥기 매거진 <껍질>

<껍질>은 얇고 넓은 지식을 격식 없는 즐거움과 함께 전달하는 꾸러미 형태의 매거진이다.

문화콘텐츠를 통해 다양한 현상을 이루는 껍질과 알맹이를 탐구한다.

 

텅 빈 껍질, 키치

고급 예술을 모방하는 '저속하고 값싼 대중예술'을 일컫는 단어, '키치'. 우리는 피할 수 없는 키치의 시대를 살고 있다. 당신은 무엇이 키치한지, 키치한 것이 무엇인지 명백히 말할 수 있는가?

<껍질>은 알맹이 없는 모방, 키치를 '텅 빈 껍질'로 정의하고 그 경계에 관해 이야기한다.

구성품

매거진 <껍질> 4호, 체리온탑 옥춘 엽서, 키치 포스터, 남의 그림의 떡 카드, 키치 스티커, 키치키치야야 키링

포스터로 쓰기 좋으나, 접혀 있어 불-편

나는 굳이 안 쓸 것 같다.

제일 마음에 든 남의 그림의 떡 카드!

남의 떡이 더 커보인다 + 그림의 떡 = 키치하다잉

이 남의 그림의 떡은 한국에서 최초로 시작되어 일년에 지구 한 바퀴를 돌면서 받는 사람에게 행운을 주고 지금의 당신에게 도착했습니다. 한국에는 예로부터 이사를 오거나 경사스러운 일이 있으면 주변의 사람들에게 떡을 돌리는 풍습이 있으며, 떡 중에서도 가장 크고 아름다운 것이 남의 떡이고 떡 중에서도 가장 먹음직스럽고 탐나는 것이 그림의 떡입니다. 따라서 남의 그림의 떡은 가장 신성하고 아름다운 형태의 떡이라고 할 수 있으며 한국인에게 무엇보다 소중하고 값진 선물로 꼽힙니다. 

그러나 이 남의 그림의 떡은 다시 4일 안에 당신 곁을 떠나 다른 사람에게 보내져야 합니다. 명심하십시오. 떡을 누군가에게 보내지 않고 가지고 있는다면 불운이 찾아올 것입니다. 실제로 먼 과거에 이 그림의 떡을 손에 넣었던 사람이 "떡 하나 주면 안 잡아 먹지"라는 말을 무시하고 그림의 떡을 주지 않았다가 호랑이의 저녁식사가 되었습니다. 기억해 주세요. 남의 그림의 떡을 돌리면 행운이 있을 것이고 그렇지 않으면 호랑이에게 잡아먹힐 것입니다. 그리고 이 편지를 버리거나 낙서를 해서는 절대로 안 됩니다. 힘들겠지만 좋은게 좋다고 생각하세요. 행운을 빌면서...

키치키치야야 키링

뭔가 견고한게.. 키치하지 않다.

역시 이번 스티커도 가위로 잘라 써야한다.. 안 쓸듯..

옥춘 엽서는 책상 위에 붙여놓았다.

고급과 저급, 진짜와 가짜는 이제 분명히 구분되지 않습니다.

요새는 콧대 높은 명품에서 읭? 스러운 키치한 제품들을 많이 출시하니...

가격을 보면 세상이 나를 왕따시키나 생각이 들기도 한다.

이번 호의 뜬구름 이야기 역시 재밌다.

J-키치의 대명사 영화 '불량공주 모모코'도 나오고,

'록키호러하우스' 등 키치한 영화에 대한 설명이 나온다.

예전에 봐서 기억이 가물가물 했는데 다시 보니 재밌다.

물론 내용은 희미했지만 색채만은 선명히 기억난다.

궁전에 관한 아티클도 굉장히 새롭고 흥미로웠다. 한국 모텔들은 왜 궁전의 형태를 하고 있는지... ㅎ 

나도 춘천의 '꿈의궁전'이라는 모텔을 지나가면서 생각해본 적이 있었다.

 

그리고 이번호에서 제일 좋았던 'BJ 체리장' ㅎㅎㅎ

내가 체리장 슨상님 광팬인 건 또 어떻게 알고 딱 넣어주셨는지...

BJ체리장 슨상님의 브이로그부터 죽음까지, 또 대왕트래블을 몇 번을 했는지 모를 광팬인 나는

짜릿하기도 하면서 한편으로는 류성실 작가님이 더욱 많은 사람들에게 안 알려지고 나만 알았으면 싶은 생각도 들었다.

정말 K-키치스러운 생각 호호호

이 아티클을 읽으며 나는 다시 한번 '의도된 키치'의 추종자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내가 사랑하는 그래픽과 조악함.

내가 좋아하는 것들의 공통점은 뭘까?

그냥 키치는 아니다. '의도된 미학으로서의 키치'였다.

 

껍질 매거진은 정말 재밌고 내 스타일이어서 계속 내줬으면 한다..

1호와 2호도 구할 수 있다면 사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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